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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새우방송국리서치지원하고떨어져대방출함

주택청약제도, 이대로 좋은가?

by JessieKhan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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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산에 환장한 부동산 공화국입니다.
여러분이 출근을 왜 합니까?

_내집사려고 하죠.
슈카가 일요일 저녁 방송을 왜 합니까?

_내집사려고 하죠.
여러분이 주식을 왜 합니까?

_내집사려고 하죠.
여러분이 코인을 왜 합니까?

_내집사려고 하죠.
여러분이 내집을 왜 합니까?

_더 비싼 내집사려고 하죠.

 

다 내집사려고 하는거에요.

 

출처: <비트코인 오르면 부동산 가격도 오른다? (채상욱) [경제적 본능]> CBS 실컷(Sil-Cut) 썸네일

 

지난 여름에 <고품격 내집방송 내집은 지금>에 나오신 채상욱 애널리스트께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폭등하면 몇달 후 아파트 값이 오르고 비트코인이 폭락하면 몇달 후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코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까 함부로 입을 털진 못하겠어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대출규제가 강력해지는데 내려갈 코스피는 내려가고 올라갈 NVDA TSLA BTC는 올라가고 강남아파트값도 오르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내집마련을 돈이 있는데도 안 하고 세입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왜 돈 있는데도 집을 마련하지 '않'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1960년대. 국가주도의 개빡센 산업개발이 국민 여러분의 피와 땀을 갈아넣으며 도시로의 인구집중을 심화하던 시대였습니다.

 

출처: 성남복지이음 https://www.snbokji.net/4908

 

이 때 도시에 살던 도시민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얼마나 고생을 했냐면, 서울시가 판잣촌 빈민들을 실어다가 남한산성 근처 황무지 언덕에 던져놓고 땅바닥에 금 그어놓은채 군용 텐트만 던져주고 알아서 먹고 살라고 떠나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 곳 주민들이 엄청난 시위를 벌였습니다. 다 같이 분노하여 국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며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이 광주대단지사건, 오늘날의 성남시를 만든 역사의 아픔입니다. 다만 오늘 이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고요.

 

이 때 도시에 살던 도시민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얼마나 고생을 했냐면, 서울시가 판잣촌 빈민들을 실어다가 남한산성 근처 황무지 언덕에 던져놓고 땅바닥에 금 그어놓은채 군용 텐트만 던져주고 알아서 먹고 살라고 떠나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 곳 주민들이 엄청난 시위를 벌였습니다. 다 같이 분노하여 국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며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것이 광주대단지사건, 오늘날의 성남시를 만든 역사의 아픔입니다. 다만 오늘 이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고요.

 

출처: https://www.khan.co.kr/article/201709080001001

 

이 정도로 주택난은 심각했습니다. 결국 1970년대에 보다못한 정부에서 공공주택공급제도를 정비합니다. 국민주택청약부금이라는걸 만듭니다. 일종의 주택기금을 모으고 부금 가입자에게 주택분양 우선권을 줍니다. 그리고 1978년에는 이 제도가 공영주택을 넘어 민영주택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주택청약제도의 모태입니다.

이 때의 촌극 중 하나가 바로 불임시술이었습니다. "그... 거기를... 하여튼 그렇게 하면 내집이 생긴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던 그 시절이었습니다. 강남 곳곳에 고자아파트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을 벌이며 대격변이 벌어지고 있죠. 이렇게 국가의 가족계획에 열심히 협조한 선생님들이랑, 독일 파독광부 간호사 같은 분들, 외국에서 피땀흘려 외화를 벌어오던 산업의 역군, 해외취업근로자들에게 좋은 집을 먼저 줘야 한다고 우선순위로 배정해주며 국가가 주도하는 국민주택 공급이 이뤄졌습니다.

 

흑백분당? 흑백아파트?

 

그리고 1980년대가 되었습니다. 200만호 주택공급 계획의 일환으로 최근까지 재건축 선도지구 열을 올렸던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신도시들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강화하고 각종 소득제한, 전매제한, 재당첨제한 등의 규제가 강해졌습니다.

 

출처: KBS 시사기획 창 <오래된 신도시의 꿈> 2023년 7월 18일 방영분

 

그리고 1990년대 후반에는 외환위기가 터지고 건설사들이 도산하기 시작하자 주택공급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합니다. 이 때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분양가를 전면 자율화하고 전매제한을 폐지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주택청약자격도 '세대주'에서 20세 이상 성인으로 확대합니다.

 

출처: 조선일보·연합뉴스 https://www.chosun.com/economy/real_estate/2023/08/17/VDD5JY2G2JF65EPBAH2YKAK5FI/

 

2000년대에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이라는게 도입됩니다. 이전까지는 청약부금, 청약저축, 청약예금 이런 복잡한 상품들이 공공주택과 민영주택 중 어느 한 쪽에만 쓸 수 있는 반쪽자리 상품이 여럿 있어서 혼란이 컸는데 2009년에 주택청약종합저축이라는 올인원 상품이 나와 이것이 대세로 자리잡습니다. 이전까지의 내용은 사실상 트리비아에 불과하고, 오늘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제도들은 이 시절부터 골격을 잡아나갑니다. 투기과열지구,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 등의 규제가 이 때 도입됩니다. 2007년에는 투기를 방지하고 보다 많은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무주택기간, 부양가족 수, 입주자저축 가입기간을 점수화하여 높은 점수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하는 가점제 청약제도가 실시됩니다. 84점 만점으로 하여 몇년간의 무주택 이력, 부양해야 하는 사람이 몇명, 통장 몇년 부었냐 등으로 가점을 만드는거죠.
제가 오늘 이야기하려는건, 이 주택청약제도, 그리고 그와 관련된 부동산 시장의 풍경입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하는 내용의 상당부분이 이 책에서 조사한 내용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서 여름마다 주택청약제도 변경사항을 반영하여 개정판을 내놓는 책입니다. 아마 2025년 여름에도 개정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을 보면 주택청약으로 인해 벌어지는 천태만상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며 알게 된건데, 주택청약, 정말 어렵습니다. 이거 다 소개하려면 슈카월드 찍다 죽어요. 간단한 몇가지만 소개해볼게요.

 

우선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이라는게 있습니다. 아파트 시행사가 다르고 건설사가 다르다는거 아시죠? 쉽게 말해, 국민주택은 국가, 지자체, LH, 지방공사에서 시행하여 지은 아파트입니다. 민영주택은 쌩 민간에서 시행하는 아파트입니다. 대충 말해서, 나랏돈 안 받고 지은거라고 보면 돼요. 그런데 여기에는 면적 기준이 또 따로 들어갑니다. 국민주택은 전용면적 85m² 이하만 쳐줍니다. 우리 요새 신축분양아파트들 보면 전용 59, 전용 84 같은 말이 보이잖아요? 다 이런 기준 때문에 숫자가 그렇게 끊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민영주택 청약시에는 청약통장에 넣어놓은 예치금액에 따라 도전할 수 있는 면적 상한선이 달라지는데 자세한건 알아보시고요.

 

 

그런데 이게 분양 절차에서는 또 달라집니다.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신도시, 창릉, 왕숙, 교산신도시 같은 곳들은 공공택지이고 100% 공공분양으로 공급됩니다. 여기에 공공임대, 민간임대, 분양전환형임대, 토지임대부분양 등등 별별 정신없는 사항이 많습니다만 우리는 여기서 공공분양과 민간분양 두 가지만 비교해볼거에요. 이거 다 하려면 슈카월드 라이브를 일주일 내내 논스톱으로 해도 모자랍니다. 이것들 분명히 국토부 장관님한테 물어봐도 헷갈릴걸요?

 

분양에서는 또 공공분양과 민간분양이 제각기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이란걸로 나뉩니다. 일반공급은 공공주택 신생아특별공급(특공)이란게 있고, 민영주택 분양시 신혼부부특공 및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생초특공 등등이 있습니다.
먼저 특별공급, 특공게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신혼부부. 결혼한지 7년 이내인 신혼부부들의 특공입니다
청년. 19~39세 무주택 청년을 위한 특공입니다.
다자녀. 애 여럿 키우는 애국자들을 위한 특공입니다.
생애최초주택구입.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사는 사람들의 특공입니다. 일명 생초!
노부모부양특공. 65세 이상 노부모들을 돌보는 사람들의 특공입니다.
여기에 기관추천특공이란 것도 있습니다. 이런건 장애인특공, 국가유공자특공, 좋아요좋아요중소기업재직자를 위한 특공, 지방으로 옮겨서 이사가야하는 공공기관 재직자들을 위한 특공도 있습니다. 기관추천은 증빙서류를 지참해서 행정복지센터에 찾아가 자격을 증명해야 도전할 수 있는 게임이라 유공자나 장애인이라고 함부로 맘대로 도전하지도 못합니다. 저는 이번에 장애인인권단체에서 장애인특공에 대해 분석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진짜... 사람 빡칩니다. 빡쳐요. 후천성장애인인지 선천성장애인인지, 중복장애인지 같은 것도 다 증빙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특공, 무조건 평생 딱 한 번만입니다...!

2024년에, 여기 특공게임에서 새로운 서버가 출시되었습니다. 이름하야 신생아특공! 아 물론 이건 공공주택 공급시에만 있는것이긴 한데, 공고일로부터 만 2세가 안된 아이가 있으면 신청 가능합니다. 애가 뱃속에 있어도 가능합니다. 이런거 뱃속에 애가 있냐, 애가 쌍둥이냐 같은 것들, 다 증빙하면 가점 올리거나 특공 자격 생기는거에요! 여러분들이 산부인과에 가보시면 여성분들이 임신진단서를 떼어가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이 분들 알고보면 뱃속에다 애 만들고 주택청약 도전하시는 분일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분들이에요. 좋은 집에서 이쁜 아이 낳고 기르시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이것도 공고일 기준으로 임신 몇개월이었냐 같은 치졸한 것까지 따져야 하는 점은 있습니다. 그리고 어디서는 부정청약을 위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입양 후 파양을 하는 몹쓸 놈들이 있다고도 들었는데... (읍읍)

 

일반공급은 말 그대로 가점제 진검승부 다이다이를 뜨는겁니다. 심플해요. 그냥 84점 만점인 가점제에서 누가누가 높냐로 다이다이를 뜹니다. 물론 가점제 말고 추첨제 물량도 제공은 되긴 합니다만 이런 경우에도 지역이나 신생아 등 우선배정 같은건 있어요.

집 없이 존버 몇년?
먹여살릴 애가 몇명?
노부모가 몇명?
청약통장 몇년납입?

....이런거에요! 구조적으로 자신의 점수를 단기간에 올릴 방법이 없는겁니다. 이걸 청년 신혼부부 실수요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해주기 위해 배우자의 청약가점을 최대 3년까지 합산시켜주고 배우자의 과거 특별공급 청약 당첨 이력도 불문에 부치고 다자녀특공의 도전자격도 3자녀에서 2자녀로 문턱을 낮춰주고 신생아 부모들한테만 유리하게 대출상품 팔아주고 돌려돌려돌림판 추첨제 비중도 늘려보는등 별별 제도적 개선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가점제 청약에서 당첨되려면, 결국 애를 많이 낳...지는 않을테니 그냥 부모님이 노년기에 접어들 때까지 주택청약을 꾸준히 납입하면서 집 구입하지 않고 무주택으로 지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 보유 이력, 주택 구매 이력이 있으면 무주택기간 가점도 리셋되고 주담대 받을 때의 혜택도 날아가는 수가 있고요.

무엇보다, 공공분양에 도전하다보면, 근본적으로 어떤 모순을 겪게 됩니다.

 

무한굴레

 

결혼해야 특공시 유리하대서 결혼했습니다.

출산을 해야 유리하대서 낳았습니다.

애까지 낳았더니 맞벌이라서 소득기준 초과하니 자격이 안된대서 와이프가 그만뒀습니다. 여기서 소득기준이란건 도시근로자 가구원 수별 월평균소득입니다.

와이프가 그만뒀더니 우리 부부 대출한도가 줄어들어서 해봤자 대출한도가 안 나옵니다. 애 밥 먹이기도 바쁩니다. 틈틈이 슈카월드를 열심히 보며 슈반꿀을 믿고 (뭐?) 복리의 스노우볼을 착실히 불렸더니 자산기준을 초과하느라 자격이 안됩니다.

(...)

청약을 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이렇게 청년들이 청약 도전시 어려움을 겪으니 정부에서도 기준을 완화해주면서 소득이 높아도 도전할 수 있게 해주고 자산이 많아도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등등 해달라는대로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애첫 주택구입시 LTV를 80%까지 후하게 쳐주는 것,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LTV를 10% 더 허용해주는 등의 혜택이 좋은 예입니다. 신생아 특례대출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왜 소득과 자산이 많은데 공공분양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거지? 돈 많고 연봉 높으면, 그냥 집 사면 되는거 아닌가?
저는 이 의문을 누구도 확실하게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주택청약에서 실수요자라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약제도는, '내집마련을 해야 하는 실수요자'와 '무주택자'를 너무 단순하게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야 하는데 자꾸 임대인한테 보증금 독촉당하며 살기 싫고 아이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부모들, 휠체어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집에 살아야 하는 장애인들실, 아프신 노부모를 부양하는 효자와 효녀들, 이런 어려운 처지에서 꿋꿋이 살아나가는 분들이 수요자들이 한강변 하이엔드 대단지 아파트를 살 수 있을만큼 큰 돈을 갖고 있겠습니까? 서울의 하이엔드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가 뜨면 70점 넘고 80점 넘는 만점급 무주택자들이 청약통장을 던지는데, 이 분들이 정말로 그렇게 그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안되니까 청약에 도전하는겁니까? 잠실을 예로 들면 강남3구에서 손꼽히는 대장아파트들 많지만 석촌호수 주변엔 소규모 빌라와 오피스텔도 많아요. 잠실의 인프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습니다. 제도적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런 곳에 살면 안될 이유는 뭡니까? 비트코인으로, 주식으로, 집 말고 오피스텔이나 상가 같은 다른 부동산으로, 엄마뱅킹으로 50억원 들고 있는데도 자기 자신이 무주택으로 머물러있으면 주택청약이라는 제도적 배려를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입니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의 신축아파트단지인 래미안 원펜타스

 

저는 이 주택청약이라는 제도가 부동산계의 수능이라고 봅니다. 정확히는, 수능 축에도 못 끼는데도 수능처럼 숭상받고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든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를 날카롭게 공략하기 위해 세대주를 바꾸고, 가족을 분가시키거나 합가시키고, 전입신고하고, 필요하다면 자산도 다른 가족의 명의로 세탁하고, 그렇게 해서 15년 무주택 기간, 통장 유지기간, 미성년 자녀와 나이든 노부모를 모두 서류상 한 가족에 묶어가지고, 시세 30억짜리 강남3구 신축아파트를 20억에 살 수 있는 기회를 허락받는다? (이런 모순에는 분양가상한제라는 것도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막대한 시세차익을 개별 당첨자가 꿀꺽하는 구조입니다.) 강남 아파트는 꿈도 안 꿨다고 신도시 공공분양에 도전하려고 했더니 소득이 많아서 안되고 적어서 안되고 자산이 많아서 안되고 적어서 안되고, 되는 놈들은 알고보니 연봉은 낮고 서류상 소득도 별거 없는데 금수저여서 당첨만 되면 집에서 몇억씩 쿨하게 쏴줄 수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이고...

저는 이렇듯 저 가점제 주택청약의 구조가 기회비용을 너무 크게 만들어 무주택자들을 주택구매수요집단에서 분리하고 매매시장으로부터 격리하는데에 쓰이고 있다고 봅니다. 

 

출처: 땅집고 < 4인가구 만점 통장도 광탈한다…청약 가입 기간 만점자만 320만명> https://realty.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8/16/2024081601843.html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닌 것 같아요. 요 몇년 들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나이든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강남 아파트 당첨되어서 해지한거냐? 그것도 있겠지만, 고물가와 분양가 상승 기조 속에서 젊은 청년들이 주택청약에 당첨되어봤자 분양가를 부담할 수 없을거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면 주택청약종합저축 총액, 즉 주택도시기금이 줄어들죠. 주택도시기금이 줄어들어서 각종 주거복지에 쓸 기금이 모자라면 곤란해지죠. 그거 싫다고 정부에선 주택청약 월 납입인정한도가 최대 10만원이었던걸 최대 25만원으로 올립니다. 이러면 원래부터 돈 많은 집, 소득 높은 집에서만 유리해져요. 미성년자들은 고2 생일선물로 청약통장 만들어주는게 정석이었는데, 이제는 중2 생일선물로 청약통장 만들어주는게 정석이라고 합니다. 학원보내고 맛있는거 먹이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25만원씩 꼬박꼬박 아이의 청약통장까지 채워줄 수 있으면 그 집은 중산층 이상이에요. 이 게임의 구조가, 점점 밸런스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계속 하려는 청년들은 얇은 지갑이 더 얇아지고 가처분소득이 줄어듭니다. 이러면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애도 못 낳죠. 결국 슈카월드 또산율 조회수만 올라가고 상황이 개선되는건 별로 없게 됩니다. 그런거 지겹고 환멸이 생긴다고 청약통장 해지하고, 그걸로 코스피도 아닌 SPY 같은거 사고, 비트코인 사고... 국내에서 공공으로든 민간으로든 쓰였을 돈이, 다 이래저래 빠져나가는 흐름이 여기서도 이어지는 겁니다.

출처: KBS 9층시사국 <전세공포 집주인을 찾습니다 / 월세에 갇힌 꿈 청년, 집을 포기하다> 2023년 6월 11일 방영분

 

그리고 저는, 저 주택청약이 젊은이들을 '괜시리' 세입자 생활로 내몬다고도 생각합니다. 2022년부터 빌라왕 사태, 전세사기 깡통주택 피해자들, 유명을 달리한 가슴아픈 피해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세사기 피해자들 중에는, 전세로 살면서 신축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사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 분들은 주택청약 당첨된 것도 포기해야 합니다. 계약금도 날리고 더 좋은 집에 살 수 있다 믿었던 희망도 날아간겁니다. 그 누구도 감히 이 분들을 어리석었다 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저렴한 빌라, 저렴한 구축 아파트를 이 분들이 직접 매입하여 착실히 저축하고 투자하여 돈을 불릴 수도 있었는데, 사회가 성실한 청년들에게 로또청약의 일확천금 한탕주의를 가스라이팅한 영향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를 안 봐도 됐을 분들, 몇억씩 현금으로 들고 있지만 그걸 고스란히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임대인한테 빌려주는데에만 쓰다가 돌려받지 못한 사례들이 적지 않을겁니다. "재건축도 안될 구축을 왜 사? 차라리 전세 살아. 전세로 살면서 저축해서 무주택기간 늘리고 청약 가점 높여서 진짜 좋은 신축아파트로 생애 첫 내집마련을 해야 해. 그게 정답이야." 정답은 무슨 정답입니까. 인생에는 정답이 없어요. 왜 로또청약의 희망고문이 부동산시장과 청년들의 미래설계에 있어 이리도 큰 존재감을 가져야 합니까. 이건 국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부동산판 도박판을 돌린다고 볼 수도 있는겁니다. 희망고문을 하는거에요.

 

제가 자주 하는 비유가 있습니다. 고인물만 남으면 게임이 망한다. 주택청약판이 점점 고인물만의 게임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걸 해소하기 위해 추첨제를 늘리건 신생아 특공 같은 것을 늘리고 있지만, 청년들이 올라간 건축비를 녹여낸 높은 분양가를 부담할 수 있냐면 그건 아니잖아요. 분양가상한제의 시세차익을 이미 시드머니 많은 고인물들만이 누리는 행태가 고착화하고 있습니다.

(참고: 분양가상한제가 뭐에요? 민간택지 중 부동산 투기과열지구 같은 곳에서 공급되는 공동주택에 대해 주택 분양가격을 '택지비+건축비' 이하로 묶는 제도인데, 자세히 설명을 드리진 않겠지만 이걸 하면 분양가와 주변시세의 차이가 커져서 시세차익을 크게 먹게 됩니다.)

저는 이게 빈부격차의 고착화, 계급의 고착화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읽혀서 두렵습니다. 매일 코스피지수가 이모냥 이꼴인건 말도 안된다고 걱정하고, 부동산에만 몰빵하는 나라를 비판해왔지만, 사실 부동산 시장 생태계조차도 계급을 고착화하고 부의 역전이 일어나기 어려워지게끔 하는 방향으로만 굴러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주택청약제도를 비판했는데, 그렇다고 이 제도가 없어질거라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이제와서 이걸 없애면 분명히 여지껏 무주택 고인물들이 이럴거거든요. "아니 그걸 없애면 어떡해! 일단 나까지는 써보고서 없애던가!"

과연 대한민국 사람들은, 고인물을 휘저을 용기가 있는가? 전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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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주1회 포트폴리오 신규출시 루틴을 지키면서도 초단시간 작성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빠르게 작성가능한 아이템을 저퀄리티로 작성했다. 내게 이런 분야에 대해 폭넓은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있는 것도 상당히 outdate된 것인데다 관심사에서도 조금 멀어져있던 아이템이기 때문에 밀리의서재에서 저 책을 엄청 뒤적거려야 했는데, 블로그로 복붙하며 다시 보면서도 딱히 맘에 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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