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때면 워런 버핏과 故 찰리 멍거가 으레 강조하던 말이 있다.
"NEVER BET AGAINST AMERICA"
쉽게 말해 "아메리카에 숏 치지 말라",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 조언을 따라 많은 미국주식 투자자들이 S&P500과 나스닥을 적립식 투자로 매수하고 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벤처 캐피털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 일명 a16z의 아메리칸 다이나미즘 펀드는 이 말을 S&P500 적립식 투자 같은 선을 넘어 스타트업 투자와 미국의 역동적인 가속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실천해보자 주장한다. 과거 "바이코리아 펀드"의 아메리카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펀드의 모토는, 단순한 컨셉을 넘어 사회운동과 철학의 성격마저 품고 있다.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에 대해 알아보자.
아메리칸 다이나미즘 펀드는 미국의 국익을 지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한다. 가장 핵심적인 분야가 바로 방위산업이다. 민간우주기업이자 미 우주군과 NASA의 주요 하청업체인 스페이스X, 육해공에서 쓰는 무인 무기와 시스템을 만드는 방위산업체 안두릴 인더스트리즈가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야 많은 이들이 들어봤지만 안두릴은 어떤 회사냐? 실전용 드론이랑 미사일 제조사이다. 창업자 파머 럭키가 밀덕이어서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럭키가이(?)가 페이스북에게 오큘러스라는 기업을 팔아 얻은 돈에다 피터 틸 등의 페이팔 마피아에게 큰 투자를 도움을 받았다.
피터 틸은 이 팔란티어의 창업자로 잘 알려진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이다. 이 회사 이름도 안두릴과 마찬가지로 <반지의 제왕>에서 따온 것이다. 럭키가이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수준의 중증 똘끼니스트이며, 벤처 캐피털리스트로서 큰 돈을 굴리고 있다. 이 사람이 창업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빅데이터 및 AI 등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주로 영위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고객으로 CIA 등 정보기관, 국방부 등 정부조직 등이 있는데, 이전까진 이런 장사를 하는 국방하청업자가 많지 않았다. 팔란티어 창업자들은 '0에서 1을 만드는' 시행착오와 犬삽질을 거쳐 노하우를 쌓아나가며 성장을 거듭, 2020년 NYSE에 상장했다. 2024년 11월 현재 올해 가장 많이 상승한 주식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안두릴은 피터 틸, 알렉스 카프, 일론 머스크 등 1세대 방위산업 하청업자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만에 유니콘에 등극하고 방위산업 스타트업 중 손꼽히는 대형 업체로 성장했다.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은 이들이 개척한 길을 따르는 업체들에게 투자한다. 2000년대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네오콘의 전성기를 이끌던 테러와의 전쟁 시절 美 국방부의 외주화 기조에 발맞춘 팔란티어와 스페이스X 같은 신세대 방위산업체보잉은 꼰대 포지션들이 美 연방 및 주 정부기관의 판로를 개척하며 쌓은 노하우가 페이팔 마피아의 인맥을 통해 이너서클 스타트업에게 점진적으로 공유되며 미국의 신세대 방산 스타트업 붐을 이끌고 있고, 이들과 교류하던 군인과 고위공직자들이 공공기관을 때려친 후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있다. 위에 나온 실드 AI가 대표적인 예로, 네이비 씰 요원 브랜든 청(Brandon Tseng)이 군인 때려치고 차린 스타트업이다.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은 이런 신흥 방위산업체들에게 큰 투자를 가져간다.
하지만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의 투자 분야는 방위산업, 항공우주 등의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업종에도 뻗쳐 있다. 치안, 헬스케어, 농업, 공급망, 에너지, 산업재, 제조업 등의 분야가 이들에겐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그와중에 사교육에도 투자한다니 일견 황당해보이기도 한다. 맞벌이 부부들이 꼭 필요로 하는 어린이 돌봄 및 학습관리 사업? 이건뭐 아이스크림홈런인가? 눈높이여? 방위산업이랑 사교육이 무슨 상관인가?
이런 알리송모르송히샬리송에메르송한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의 투자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이 일종의 '운동'으로 볼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은,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이자 사상이자 운동이다.
말하자면, "실리콘밸리+애국주의=아메리칸다이나미즘"이다.
이 펀드의 대표인 캐서린 보일이 존경하는 故 애슈턴 카터에 대해 알아보자. (2022년 심장마비로 사망) 이 사람은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이었고, 물리학자 출신으로 방위산업의 기술혁신을 주도하던 사람이었다. 관료주의에 찌든 정부기관의 업무처리를 일신하려 노력하였고, 실리콘밸리 등 민간 기술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했으며, 이를 통해 첨단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촉진하고 국방 과학기술의 혁신을 강조한 리더였다. 이 시절의 주요 수혜 기업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기업이 바로 보스턴 다이나믹스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초창기 국방고등연구계획국 DARPA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빅 독, 아틀라스 같은 귀여운 로봇들이 미군 납품에 도전하고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유튜브 조회수가 팍팍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유튜브 조회수만 오르고 실제 군사용 로봇 도입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해서 기업 경영은 표류하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애슈턴 카터가 특이한 점은 또 하나 있다. 이론물리학자 출신의 과학기술정책 및 산업정책 전문가로서 평생 군복 한번 안 입어본 군미필자이다.(사실 美 국방장관은 장성 출신이 오히려 드문 편) 평생 행군 한번 안 해본 먹물이 국방장관에 오르더니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을 국방과 안보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리고 벤처기업인들의 영향으로 공무원들도 직장을 때려치고 스타트업을 열어 펀딩을 받는다!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의 투자를 받은 창업주들 상당수가 정부 및 공공기관 및 군인 때려친 사람들이다. 심지어 아동돌봄 스타트업 Wonderschool의 창업주 크리스 베넷은 의대 가려다 때려치고 외교관 하려다 또 때려치고 창업을 한 사람이다.
그런데, 애슈턴 카터는 골수 민주당원이었다. 레이건 시절 레이건이 전략방위구상(SDI) 일명 스타워즈 프로젝트를 벌이자 이거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고 비판했던 사람이고,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지고 불복할 때 규탄했던 인물이다. 장관 시절 트랜스젠더 군인들의 강제 전역을 금지하기도 했고, 민주당이 중시하던 다양성, 평등주의, 연대 같은 대의에도 동의하던 사람이었다.
허나 오늘날 그를 본받자 주장하는 아메리칸 다이나미즘 펀드 총괄 캐서린 보일의 발언을 살펴보면 상당히 '안 민주당스러운' 면이 많이 보인다. 이 사람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가치인 다양성에 대해 대놓고 혐오발언 같은걸 한 적은 없다. 다만, 보일은 철저한 능력주의자이고, 테크노포비아를 비판하며 소프트웨어공학 및 다양한 과학기술이 미래를 개선한다 믿는 기술지상주의자의 면모 또한 갖고 있으며, 각종 방송 및 유튜브 인터뷰마다 '과잉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태를 비판하며 공동체주의, 가족주의를 강조한다. 대놓고 다양성 이야기를 하는 적은 별로 없지만, 인문학 교육보다는 과학기술 교육 강화를 특히 강조하는 사람이고, 개별 인간의 주체성보다는 사회에 기여하는 일꾼으로서의 면모,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정신 충만한 미래지향적 혁신경영인으로서의 면모, 미래 세대를 잉태하는 부모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이 민주당식 다양성 이슈에 대해 취하는 입장이 어떠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소년기가 10대를 넘어 2030에까지 연장되는 현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찍일찍 어른스럽게 사회에 진출하여 직업에든 학업에든 성실히 임하여 노오오오력하여 일찍일찍 결혼하고 일찍일찍 아이를 낳으라 주장하는, "생육하고 번성하라" 주장하는 사람이다. 핀란드 인구학자가 코너스톤-캡스톤 비유로 지적하던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해 마찬가지로 비판하며, 괜히 정체성 탐색이니 자아성찰이니 그딴 것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일찍일찍 가정을 꾸리고 내집마련도 하고 열심히 일하며 안정적 커뮤니티를 건설(Build)해나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며 미국을 더욱 부강하게 해야 한다 주장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주장을 위해 보일은 필립 리프(Philip Rieff)가 지은 <The Triumph of the Therapeutic: Uses of Faith after Freud>라는 책을 자주 인용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주의, 심리적 만족 추구, 공동체적 가치의 쇠퇴를 비판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현대 사회가 전통적인 종교적·도덕적 가치 체계를 잃고 개인의 심리적 만족과 자기실현에 치중하는 '심리치료문화(Therapeutic Culture)'에 경도되어 있다 비판하는데, 보일은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기술혁신, 국가 경영에 필요한 공공선(Public Good)의 회복을 주장한다. 그리고 개인의 역량 강화와 국가적, 공동체적 가치의 조화를 부르짖는다. 보일이 보기에는, 미국,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문제인 문화적, 심리적 문제를 극복하는 노력이 바로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의 철학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보일과 a16z의 다른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에 대해 강조하는 바가 무엇인지 감을 점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농심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이들을 돕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부모가 모두 출근하면 홀로 남겨져야 하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비대면 튜터링 사교육에 투자하고, 미국이 적성국과의 무역 관계가 끊기더라도 자력갱생할 수 있는 공급망 개선에 투자하고, 에너지, 광업, 산업재 부문 등 방장사기맵의 무한한 잠재력에 투자하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배운 것 없어도 기술을 익히고 열심히 일하여 일가를 이루고 커뮤니티와 사회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제조업 중흥에 투자한다. 제조업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넘어가자 일자리를 잃고 혁신적 성장동력을 잃은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의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보낸 이유가 뭐겠는가? 도널드 트럼프는 근면성실히 종사하며 일가를 이루고 가족들을 책임지고자 했던 제조업 노동자들의 대변자 같은 포지션을 점하며 그들의 표를 받은 것이다. 어떻게 공화당의 붉은색이 노동자의 붉은색으로 읽힐 수가 있나 싶지만,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의 처지와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이다.
사교육이랑 돌봄이랑 치안이랑 에너지랑 농업 등등의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역시 미국인들이 자신의 일에만 충실히 임하면 아무런 걱정 없이 겁없는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나라 만들기'에 투자하는 것이다. 맞벌이 부모들이 일할 때 홀로 남겨진 어린이들이 밥 굶지 않고 만화랑 게임만 하느라 학교 숙제 밀리는 일 없게끔 챙겨주는 스타트업, 치안이 불안한 동네에서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스타트업, 에너지 효율화 스타트업, 도시개발 스타트업, 산업재 스타트업, 지속가능농업 스타트업, 이들은 모두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어메리카의 국익을 증진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스타트업이다. 제조업과 항공우주와 방위산업 등이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들 역시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펼칠 수 있게 하는 스타트업이기에 아메리칸 다이나미즘 펀드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물론 이런 제조업 부흥 프로젝트가 실패할거라고 초를 치는 비관론자들도 상당히 많다. 이는 주로 제조업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유럽에서 나오는 의견이지만, 기존의 경제상식으로 바라보더라도 충분히 수긍할만한 비관론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올라온 마틴 울프의 칼럼 <Manufacturing fetishism is destined to fail(제조업 페티시는 망할 수밖에 없다)>에서 울프는 미국이 제조업을 부흥시키려는 시도가 글로벌 경제 구조와 맞지 않으며, 이러한 정책이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비관적 전망을 펼쳐보인다. 그는 미국이 어차피 노동자 개개인의 가성비(생산성) 면에서 중국과 인도는 물론 동아시아 동맹국들에 비해서도 앞설 수 없기 때문에 제조업은 단념하고 서비스업과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일이 강조하는 바가 무엇인가? 바로 미국의 번영, 미국의 풀뿌리부터 시작하는 바텀업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이다. 위로부터의 사회개혁이 아니라, 수신제가를 해서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고 사회를 만들고 국가를 만드는 치국을 해서 평천하를 한다는 바텀업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이다. 보일은 트럼프와 바이든이 모두 강조해온 바를 그대로 강조한다. 제조업 생산성 제고는,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안보의 문제는 설령 극도로 비효율적일지라도, 자유무역의 원칙을 포기하더라도 절대 양보해서는 안되는 문제이다. 트럼프의 2016년 당선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무역안보론, 경제안보론적 담론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담론은, "트럼프는 입만 살았지 일은 전혀 똑바로 하지 못하더라 내가 중국 저 잡것들 제대로 한번 줘패보겠다"며 들어선 바이든 정부에서도 발전적으로 계승되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는? 바이든이 나약하다며 더욱 화끈하게 입을 털고 자기는 더 잘 해낼 수 있다며 내가 진짜 Make America Great Again하겠다면서 정권을 탈환했다.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이 강조하는 바를 생각하다보면, 우리는 이제 일론 머스크가 왜 도널드 트럼프를 그리 극성맞게 지지하고 도왔는지 알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평소 언행을 생각해보라. 마초주의. 가족주의. "미래를 건설하라!" "생육하고 번성하라!" 이 모두는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이 강조하는 가치와 일치한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테크노킹이기도 하지만, 민간 우주기업이자 방산기업인 스페이스X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는 테슬라의 전기차 캐즘 속 치킨게임 독자생존을 도모하는 그림일 수도 있지만,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에 입각하여 생각하면 방위산업체 스페이스X CEO로서의 행보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로 a16z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물론 머스크의 여러 부업(?) 중 하나인 더 보링 컴퍼니도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세한 것은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이 추구하는 대의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골고루 활동하고 있다는, 그리고 같은 대의를 추구하며 상호 교류와 대화와 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이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의 뿌리는 보기에 따라서는 애슈턴 카터보다 한참 이전, 아들 부시 대통령 시절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럼스펠드는 미군의 경량화, 이른바 '신자유주의 군대'를 추구하며 비효율을 혁신하려 했으나 그 조치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점령전을 수행하는 가운데 이뤄지며 불협화음을 빚었지만, 오바마는 럼스펠드의 유산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였다. 오바마는 국방 및 방위산업 스타트업들의 육성을 통해 보잉/록히드마틴/제너럴다이나믹스/노스롭그루먼/레이시온 등의 대마불사 방위산업체들만의 고인물을 일신하고자 했다. 일론 머스크 등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을 표상하는 인사들이 정부효율화의 차원에서 F-35를 매우 비판하듯이, 오바마도 F-35라는 공군/해군/해병대 3군통합 전투기 사업의 비효율성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 영향을 엿볼 수 있는게 미 공군의 인사동향이다, 오바마는 4성장군이 임명되는 공군참모차장에 조종사 출신도 아니고 공중근무 이력도 별로 없는 재정특기 전문가를 임명한 적이 있었다. 쉽게 말해 COO 같은 사람을 공군참모차장에 임명한 것이다. 래리 스펜서 이 사람은 산업공학 전문가로, F-35 프로그램을 각잡고 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참모총장 얘기를 해보자. 오바마는 임기 후반기에 데이비드 골드파인 장군을 공군참모총장에 임명했다. 이 사람은 중령 시절 코소보 공습을 뛰다 격추된 적이 있다. 이 때 죽다 살아 돌아와서 비행 일선에서는 물러났는데, 이 때 연구하기 시작한 분야가 바로 드론 전쟁이다. 이 사람은 F-117 나이트호크나 F-22 같은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를 매우 사랑하면서도, 이런 비싼 무기들이 싸구려 무기에 무력화하는 현상에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래서 비싸고 육중한 유인전투기 몇 대보다는 싸고, 대체가능하고, 다중으로 운용될 수 있는 수십, 수백대의 드론 스웜이 미래 공중전의 주역으로 올라서며 F-35 같은 유인 전투기는 드론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게 될거라고 분석한 선지자였다. 지금은 전역하고 안두릴과 Shield Capital(방위산업 초기투자 전문 VC)에서 기술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 사람의 후임 참모총장은 찰스 브라운으로, 트럼프 1기 시절에 공군참모총장에 올랐다. 이 사람도 한 드론 하는 인물이다. 지금은 바이든이 참모총장보다 높은 미군 최선임자 합동참모의장으로 올려줬는데,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선 흑인 아니었으면 합참의장 했겠냐고 비방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이 사람을 공군참모총장까지 올려준건 트럼프였는데도.
인사를 보면 뭔가 감이 오지 않는가? 다들 美 공군, 더 나아가 미군의 비용효율화, 경량화를 추구하는 인물들이다. 이는 럼스펠드, 오바마, 트럼프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인 것이다.
아메리칸 다이나미즘의 모티브를 제공한 애슈턴 카터는 민주당원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한테 영혼의 풀베팅을 성공했고 파머 러키 또한 2016년부터 꾸준히 트럼프를 지지한 트럼피스트이다. 그러나 파머 러키가 창업한 안두릴을 현재 지휘하고 있는 다른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심프(Brian Schimpf)는 민주당 지지자이다. 팔란티어의 창업자 중 피터 틸은 트럼프 1기 대권도전에서 트럼프를 지지했고 트럼프 2기의 부통령 J. D. 밴스가 정계에 입문할 때 수퍼팩을 출범시켜 상원의원으로 만들고 적극 지원한 이력이 있지만, 정작 2016년 대선 직후부터 트럼프에 대해서는 환멸을 느끼고 2024년 대선 레이스에서는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서 트럼프에게 단단히 찍힌 사람이다. 사랑하는 남성을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 동성애자 유부남이기도 하다. 그와 함께 늘 열띤 현대철학적 토론을 벌이며 팔란티어를 S&P500급 기업으로 키운 알렉스 카프는 해리스를 욕하면서 지지한 민주당의 오랜 비판적 지지자이다. 이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싸움을 벌이면서도 미국인으로서 미국을 부강하게 하자는 대의 앞에서는 모두 연대하고 있다. 바이든&해리스와 트럼프가 신냉전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기억하는가? 둘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비슷비슷한 주제를 경쟁적으로 "저새끼보다 제가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하며 외치느라 정작 대선 속에서 외교·안보 정책은 큰 변수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로지 내치 때문에 결과가 갈렸다. 필자는 아메리칸 다이나미즘 철학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데, 미국이 언젠가 망할 날이 오기는 올까?"
어쩜 이리 일심동체로 움직이는지 무서울 지경이다. 비록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환경친화적이지도 않은 산업을 억지로 살려내기 위해 전체주의 사회를 추구하며 민주당 리버럴과 공화당 리버터리언의 가치와 미묘하게 어긋나며 인류의 과학기술을 과도하게 신뢰한다는등의 이런저런 비판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관료주의를 이런 식으로 극복한다니! 실리콘밸리와 미국 공직사회 전반에서 이들이 꾸준히 인적 교류를 이어가며 서로의 기업가정신과 역동성과 결의를 공유하며 미국의 모든 것을 스타트업화한다니, 필자는 감탄밖에 안 나온다.
주요 자료 출처:
<Katherine Boyle on Building a16z's American Dynamism Practice> 02 01 2024, Turpentine VC
https://youtu.be/GPncAyHAwPo
<How to Win the Fight for America>, 20 11 2023, The Free Press
https://www.thefp.com/p/defense-tech-values-fight-for-america-boyle
https://youtu.be/a7Yae3Di6zY
Andreessen Horowitz 공식 홈페이지
https://a16z.com/american-dynamism/
<Tech and Defense under Trump 2.0> 12 11 2024, Bloomberg Technology
https://youtu.be/dOW0Ja7mPHI?t=22m54s
<실리콘밸리와 미국 애국주의의 만남: 아메리칸 다이나미즘(American Dynamism)>, 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레터 2023년 12월호
https://vcletter.co.kr/page/view.php?type=newsletter&category=22&idx=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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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월드 방송을 만드는 슈카친구들에서 2024년 하반기에 자료조사&리서치 작가를 모집한대서 지원서 들이미느라 그간 내가 숙제대행하면서 여러가지 조사했던 것처럼 방송용 자료 아이디어를 작성해서 써본 글이 여러개 있다. 그간 매주 1회꼴로 글 하나를 새로 써서 리크루트 이메일에다 보내봤는데, 솔직히 내 스펙이 無에 가깝다보니 합격하리라는 기대가 전혀 들지 않더라. 그래서 약간씩 손질하여 여기다가도 대방출해야겠다. 계속 쓰고 계속 보내겠지만, 앞으로는 여기다가도 올려봐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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