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군은 오랜 세월 일반병들을 통제하기 위해 폐쇄적 환경을 고집했다.
이 과정에서 내무부조리, 가혹행위, 폭력, 의문사 등이 벌어져도 진상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채 당사자들에 의해 묻히고 피해자들의 원통함만 커졌다.
그러다 2014년, 대한민국을 울린 故 윤승주 상병 살인사건이 알려졌다. 수많은 국민들이 눈물을 흘렸고, 특히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더욱 크게 분노했다.
그리고 국민들의 분노에 감읍한 정치인들이 대한민국 국군을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국회의원이 육군참모총장을 면전에서 질타하는 과정에서 명언이 나왔다.
"차라리 엄마한테 이를 수 있게 핸드폰을 지급해요! 미군들은 어떻게 생활합니까? 우리 병사들도 엄마한테 이를 수 있게 좀 해줘요."
"핸드폰을 줘요. 가지고 있는 것 쓰게 해줘요. 외부와의 통신이 항시 되고 있으면 누구도 못 때립니다."
그 덕인지, 2018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 4월부터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 모든 부대에서 허가되었다.
물론 직업군인들이 쓰는 보안 애플리케이션 설치 같은 조치를 거쳐야만 한다.
그렇지만, 어쨌든 휴대폰 사용 허가 이후 병사들의 스트레스가 획기적으로 줄었다.
어째 연출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어떤 군인은 인강 보며 공부를 하고, 어떤 군인은 혼자 음악을 듣고, 어떤 군인은 집에 전화를 걸고, 어떤 군인은 게임을 한다.
군인들이 이제 혼자 폰 들여다보기 바빠서 후임을 갈구고 폭행하는 일이 줄었다.
입에다 냉동만두를 쑤셔넣고 인분을 퍼먹이던 수준의 엽기적인 가혹행위는 줄었다.
물론 현재도 지휘관의 무책임한 가혹행위 지시 등으로 피해를 입는 안타까운 군인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사건의 빈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탈영도 줄어들고, 자살사고도 줄어들고 있다.
장교들도 병력관리 측면에서 편하다고 한다.
사고 안 치니까.
병사들의 처우에 대한 인식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오늘 급식 맛이 없다부터 시작해 어떤 국회의원의 자제가 꿀보직에서 편하게 놀고 있는데 슈장군 알대령 니소령은 알아서 기고 있다는 등의 고발까지도 익명게시판에 예측불허로 터져나온다.
그리고 이 말이 당일 저녁 9시 뉴스에 뜨고 대통령부터 극대노하여 국방장관부터 내리갈굼이 시작된다.
참모총장 이하 별들이 후들거리는데 병사들이 외부에 또 까발릴까봐 병사를 직접 색출하는데엔 한계가 있어서 결과적으로 병사들의 요구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된다.
2020년대부터는 병장 기준 61만→82만→130만→165만 등으로 월급도 오르고 있다.
전역시 내일준비지원금으로 약 2천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돈 아끼는 구두쇠라고 욕 먹던 기획재정부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군인들이, 걍 폰만 붙잡고 건전하게 놀질 않고, 이걸로 위험한 짓을 한다.
코인투자와 불법도박, 토토, 심지어 사이버 성착취 범죄까지 저지른다.
오늘 특히 강조하려는 문제는, 바로 돈놀이이다.
병사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고 떼어먹는다.
군법무관들은 과거엔 가혹행위, 폭행, 탈영, 항명 같은걸 주로 다뤘지만 이젠 "알상병이 슈병장과 니일병 돈으로 단타쇼를 벌이다 홀랑 날려먹었다" 도박과 군인간 빚 문제, 사기, 금품갈취 같은 사건도 많이 다루게 됐다.
이런 돈 문제가 선후임간에 발생하면, 슈병장은 알상병을 쿨하게 고발하면 되지만, 니일병이 알상병을 함부로 고발하기 부담스럽다.
그리고 병사들이 월급을 받으니, 이런 식으로 혼나면 불복한다고 행정소송을 자비로 걸다보니 부서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군부대에서 사이버 도박으로 형사입건된 사례가 1년새 50%나 급증했다고 한다.
요즘은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때부터 불법 온라인 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
이 아이들이 도박에 중독되어 도파민에 쩔어버린 뇌를 가진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병무청에서 신검 받고, 훈련소로 가서, 다른 병사들에게 도박중독을 전염시킨다.
군에서 이를 의도했을리는 절대 없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스마트폰 허용과 급여 인상 조치가 이뤄진 시기가 언제였는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하필, 다 겹치고 빠른 시일 내에 개혁이 이뤄지는데 당국이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다가 코로나19가 창궐했다.
스마트폰 시기와 급여 본격 인상 시기가 겹쳤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과 자산시장 유동성 확대로 인해 휴가 출입이 여의치 않게 되어 병사들의 스마트폰 중독과 사행성 돈놀이 문제가 겉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군 당국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선제 및 후속 대처랑 예방교육 등을 제대로 완비하기도 전에, 너무 연속적으로 다른 변수들이 불쏘시개처럼 터져나와 문제를 겉잡을 수 없이 키워버렸다. 군 당국이 잘 대처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회가 그 때부터 너무 확 달라졌다.
심지어 하사, 소위, 중위급의 젊은 직업군인들도 이런 문제로 사고를 치는 실정인데, 아직 어린 병사들은 이런 중독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예전에 슈카월드에서 (2024년 11월 15일 업로드된 <첫키스의 고령화> 링크) 현대의 10대들은 20세기 10대들에 비해 느리게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저는 여기서부터는 사견이 다소 가미된 주장을 하겠다.
저는 군인들도 너무 미숙한채로 군에 입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꼰대스러운 주장일 수도 있지만, 군인들이 입대하는 연령대가 몇 살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 수능 보고, 대학 몇학기 다니고 간다.
대학을 다니는 남학생들은 아무리 늦어도 4년제 대학 재학생들의 입영연기가 가능한 연령인 만 24세 이전에는 군휴학계를 내고 머리를 깎는다.
그리고 입대 전까지 알바를 따로 하지 않는다면 대학생들은 부모의 용돈을 받아가며 생활한다.
대학생들이 군대에 가기 전까지 자신의 노동으로 번 돈을 직접 쓰고, 저축하고, 현명하게 관리해보는 경험을 쌓지 못한채로 입영한다.
병영에서는, PX 군것질이나 담배 정도를 제외하면, 병사들이 내부에서 소비를 할 일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제가 현역병으로 복무해보지는 못했지만, 설마 군대에서 이등병한테 군복이랑 총 사오라고 심부름 시킬린 없잖은가.
젊은 병사들이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외부 세계의 소식은 온통 무료 스포츠 중계 사이트 광고, 불법 컨텐츠 시청사이트 광고, 코인 가격 상승 뉴스 옆에 빼꼼 나온 광고 범벅이다.
2025년 예산안 기준으로 이등병에게 주어지는 월급 75만원이 젊은 남성들에겐 생애 첫 월급일 수도 있다.
자신이 피땀흘려 일해 번 월급을 제대로 지킬 줄 모르는 남성, 젊은 남성, 사실상 청소년과 다를 바 없는 어린 남성들이, 미숙한 상태로 중독성 컨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중독을 전염시키고 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서 어른들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문제냐? 그걸 논하기 전에 이 사람을 먼저 보자.
2025년부터 미국 부통령에 오르는 J.D. 밴스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오른 JD 밴스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를 보면, 밴스는 자신이 군대에서 월급을 관리하고 절약하고 저축하고 가계부를 쓰고 미래를 대비하는 태도를 길렀다고 한다.
쉽게말해 "군대 가서 사람 됐다"는 회고이다.
JD 밴스는 이 과정에서 해병대의 엄격한 규율을 체화하고 훌륭한 선임, 지휘관 등 멘토들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알맞는 경제관념을 익혀 일가를 이뤘다.
이 사람은 빈민가의 가풍(habitus)에 굴하지 않고 문화적 충격을 받아가며 변호사, 그리고 성공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되었고 정계에 진출하여 부통령까지 올랐다.
밴스의 재산공개 내역을 살펴보면 어떤가?
너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현명히 투자한다.
물론 모병제인 미국의 사정은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은 장교와 부사관들도 월급 낮아서 힘든데!
제가 강조하려는건 군에서의 엄격한 금융교육과 경제관념 의식 확대, 이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바로, 한국군의 징병대상자들은 줄고 있는데 징병대상자들의 자아발달 수준도 옛날의 20대 군인 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밴스는 어릴 때부터 험한 경험을 하며 일찍 철이 든 사람이었지만, 대한민국의 젊은 남성들은 입시 기계, 온실 속 화초로만 자란다.
이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하면 땡 하고 어엿한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가? 전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예전 슈카월드에서 언급했듯이, 한국 뿐만 아닌 전세계에 걸쳐, 청소년들의 자아 발달이 완성되는 시기는 20대 중후반 이후로까지 늦어지고 있다.
이상적인 생활방식과 이상적인 사회인으로의 교육이 완성되는 시기는 늦어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병무청이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들 개개인에게 징병신체검사 통지서를 보내는 시기는 만 19세가 되는 해로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머지 않은 시기에 머리를 깎고, 부모님과 푹 껴안은 뒤, 신병교육대로 들어간다.
이런걸 좀 늦게 해도 되지 않느냐고? 안되는건 아닌데, 여러분도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대한민국에서 20대 남성들이 사회로 진출하려면 가급적 빠른 시기에 병역의무를 탈 없이 끝마쳐야만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끔 사회의 모든 제도와 규범이 촘촘하게 짜여 있다.
그런데, 스무살, 스물한살 남성들은, 아직 정신적으로는 고등학교 4학년, 5학년이나 마찬가지이다.
저는 이 어린 병사들을 관리해야 할 간부들도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면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소대장 하는 소위 정도의 초급장교들, 이제 대학 졸업한 20대 초반 젊은이들이다.
위관급 장교랑 하사 중사 여러분들도, 적은 급여와 과도한 업무 속에서 번아웃을 겪으며 버티고 있다.
감히 주제넘게 짐작해보면, 아마 병사들을 관리해야 하는 초급간부들은 남고 담임교사들의 업무와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참고로 슈카가 상문고등학교 다닐 때 상문고등학교 분위기가 어땠냐면 (읍읍)
학교에서 카리스마로 학생들을 압도하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2030보다는 4050이 많다.
이 분들은 장교로 치면 중령, 대령급이고 부사관으로 치면 원사급이다. 물론 영관급 지휘관들도 병사들을 만날 일이 자주 있겠지. 하지만, 병사들을 평소에 자주 만나는 간부는 결국 하사, 중사, 소위, 중위들, 다시말해 청년들이다.
(청년이라기엔 아직 미숙한) '애'들이 자살하거나 탈영하면 가장 먼저 징계 받는 것도 '애'들이다.
하나하나 돌보고 문제 있나, 힘든거 없나, 다치진 않았나 살펴야 하는 관리자가, '애'라니까?
학교 교사들에 비유해보자. 교사들이 자기 반 20~30명의 학생 개개인마다 학습태도와 성실성과 진로 등을 맞춤형으로 살핀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지도교사의 생활기록부가 중요하게 참고자료로 쓰이지만 이를 작성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다른 반 학생까지 커버하려면 곱하기 300, 400이다. 고등학교 교사들은 생기부 마감 시즌마다 미쳐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군대는 그런 업무를 자기들부터가 미숙한 20대 초급 간부들이 주로 담당해야 한다. 이 20대 간부들이, 사실상 청소년기에서 아직 못 헤어나온 어린 남자아이들을 잘 관리하고 안전하게 집에 돌려보낼만큼의 경험을, JD밴스를 사람 만든 훌륭한 인생 멘토들에 준하는 경험을 갖췄을까?
저는 이게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해결하기 정말 어려울거라고 본다.
맨날 또산율 또산율 하는데, 또산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주체가 누구인가? 미숙한 청년들이다.
청년들이, 아직 어른으로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사회에서 너무 일찍부터 막중한 임무를 강요받아 수행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관리를 못하고, 누수가 생긴다.
주변인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살필 역량도 되지 않은채 제 앞가림하기도 벅찬데 말이다.
병영 내 불법도박, 사이버범죄 문제에서 여기까지 빌드업한 이유는, 결국 이 모든게 청년들의 문제라고 생각해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하는데, 수신, 다시말해 자기 자신을 잘 지키는 것조차 아직 미숙한 청년들이 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이들을 잘 성장시키기도 전에, 너무 큰 부담을 강요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또산율이 이 모양이고, 사회 갈등도 이 모양이고, 미래가 없이 꼬레아가 곧 피크아웃한다고 걱정하지.
에휴... 씁쓸하다.
참고자료 출처:
요즘 군대 이 정도였나…휴대폰 줬더니 '도박판' 벌였다 (한국경제 2024년 11월 19일 기사)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1917781
내년 병장 월급 205만원…2026년까지 군 간부 '1인1실' [2025년 예산안] (한국경제 2024년 8월 27일 기사)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8265587i
3억을 8개월 만에 잃은 고등학생... 요즘 난리라는 '바카라'에 중독된 학생들 | 추적60분 KBS 240301 방송 (KBS 추적60분 2024년 3월 1일 방송분 클립)
https://youtu.be/70WzV66enqc
윤 일병 사망 사건, 계속되는 논란…해법은 휴대전화? (JTBC 2014년 8월 5일 방송분)
https://news.jtbc.co.kr/article/NB10547722
군기 빠진다' 걱정했던 스마트폰 도입 1년···달라진 병영생활 (경향신문 2020년 6월 28일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006280917001
첫키스의 고령화 (슈카월드 2024년 11월 15일 업로드)
https://youtu.be/p_0DEwj5qEQ
READ: Republican vice presidential nominee JD Vance’s financial disclosure (CNN 2024년 8월 13일 기사)
https://edition.cnn.com/2024/08/13/politics/financial-disclosure-form-jd-vance/index.html
사상 첫 ‘비트코인’ 소유 부통령 후보…‘흙수저→투자 큰손’ 밴스따라 투자하기 뜬다 [신동윤의 투자,지정학] (해럴드경제 2024년 7월 20일 기사)
https://mbiz.heraldcorp.com/article/3437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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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월드 방송을 만드는 슈카친구들에서 2024년 하반기에 자료조사&리서치 작가를 모집한대서 지원서 들이미느라 그간 내가 숙제대행하면서 여러가지 조사했던 것처럼 방송용 자료 아이디어를 작성해서 써본 글이 여러개 있다. 그간 매주 1회꼴로 글 하나를 새로 써서 리크루트 이메일에다 보내봤는데, 솔직히 내 스펙이 無에 가깝다보니 합격하리라는 기대가 전혀 들지 않더라. 그래서 약간씩 손질하여 여기다가도 대방출해야겠다. 계속 쓰고 계속 보내겠지만, 앞으로는 여기다가도 올려봐야징...
내가 여기다가 쓰는 글들은 대부분 슈카월드 방송 대본 형식으로 써본 글이라 문장의 주어 설정이나 단락간 호응관계가 좀 이상할 수 있으니 혹시 읽으면서 이상하다 느끼신 분들은 양해를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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