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KDI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욕하며 금리인하 실기론을 펼친다. 수출증가율이 반도체 붐 덕분에 흥하긴 하겠지만 내수는 망했는데 이건 금리인하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한국은행이 밍기적거리느라 발목을 잡고 있다는 리포트를 냈단다. 고금리 때문에 내수가 안 좋아도 수출 덕에 웬만큼 잘 나왔는데 이건 다 미국이 잘 굴러갔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이제 미국도 경기가 나빠지고 있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에서 모두 강해지고 있으니 대미 수출이 꼬이면 꼬레아는 퍼펙트 스톰을 쳐맞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보다 빠른 피벗을 가져가야 한다는 주문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하는데,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가계부채를 잡으라고 임명된 인물이다. 계속 부동산 시장은 (오르는 놈만 오르는 양극화이긴 하나) 들끓고 있다. 주담대는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정부에서 특례론을 풀며 잔액이 늘고만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자영업자·소상공인 악성부채의 스노우볼은 계속 커지고 있고, 기업들의 투자여력도 말라가며, 내수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준금리를 내려서 건설·부동산 경기를 부양하여 경제지표를 개선(된듯 보이게)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야욕에 한국은행 총재가 얼마나 협조할까? 이와중에 전세대출과 주담대 가산금리를 높이며 은행권의 이자장사가 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비록 이번에 훈수를 둔 측은 정치권이 아닌 싱크탱크이나, 민주주의 권력의 통제로부터 독립되어있는 한국은행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커지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은행이 정치로부터 과연 얼마나 더 오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미국도 경기침체 확률이 더 높아졌고 민심은 들끓으며 트럼프가 파월을 마우 욕하고 있다. 엘리트주의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8월 8일에는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수도권 요지 그린벨트 대거 해제, 연립·다세대주택 등 非아파트 구입자에 대한 세제지원, 수도권 도심 내 신축아파트 공급을 촉진하는 재건축·재개발촉진특례법 제정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빌라왕 사태로 얼어붙은 非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서울과 수도권 재개발 예정구역의 빌라 투자를 늘리고자 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말이다. 건설비용 상승은 대체 어쩌고...? 그리고 뭐, 법률 제정? 이것들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체 어떻게 해보겠다는건지 모르겠다. 건설정책연구원의 이은형 연구위원은 "사회인식과 선호도가 확연히 아파트로 쏠린 상황에서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이 개입해야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인위적인 개입을 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야하는 사안"이라 지적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주택청약시의 불이익을 해소하겠다는 아이디어에는 약간 솔깃한 면이 있다. 그간 주택청약이라는 게임에서는 소형 주택과 아파트가 대등한 1주택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에 빌라를 구입한다는 것은 주택청약 가점제에서 무주택기간 가점을 전부 삭감당하는 '전과'처럼 여겨지곤 했다. 물론 정말정말 조그만한 집도 집으로 쳐야 하냐는 반론은 있었으나, 수도권 기준으로 공시가격 기준 1억 6천만원 이하, 60m² 이하의 非아파트만을 '사실상 무주택'으로 인정했다보니 빌라를 직접 매입하고 보유할 경우의 페널티가 너무 컸다. 이번 부동산대책에서는 이런 '사실상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상한을 대폭 상향하여, 수도권 기준으로 공시가격 5억원 이하, 85m² 이하까지 '사실상 무주택'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법률개정도 필요없이 국토부가 규칙 개정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이다. 이게 주택청약 플레이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런지 궁금하다. 어차피 가점제 청약제도에서 일반공급은 중년의 고인물 장기무주택 현금부자들에게만 유리하니 특별공급 게임에서 젊은이들이 빌라 등 소형주택 보유이력에도 불구하고 청약에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게 중요할텐데, 오늘의 대책은 이래저래 부잣집 늦둥이 막내들만을 위한 게임으로 흑화하는 주택청약제도의 근본적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그 외에도 서울에서 "무제한 매입임대"를 선언했는데, 무슨 세계대전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냐... 어쨌든 공공임대를 대폭 늘리는 것은 좋긴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8.8 부동산대책이 정말 주거용 부동산 공급 촉진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이건 잘 모르겠다. 일단 서울 빌라 가격이 아파트 불장의 영향으로 반등을 시작했다고는 하는데 아직 체감이 안되네.
반도체 업계에서 데이터센터 NPU 설계로 이름난 두 팹리스 스타트업 리벨리온♡사피온 합병비율이 2.426 : 1 비율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처음 합병 소식을 듣고 KT와 SKT의 집안싸움, 삼성전자랑 친한 리벨리온이 SK랑 바람을 피운다는 등의 드립이 난무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역시 리벨리온이 더 강하긴 강한가보다. 상법상 존속법인은 사피온이지만 회사 간판과 경영권은 리벨리온 측이 가져가는 역합병 방식인 것 같다. 사피온코리아의 모회사인 미국법인 사피온Inc. 측의 이것저것 세금문제가 귀찮다는 이유라나? 2025년 하반기 이후 IPO를 준비하고 있다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연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합병한 리벨리온은 아마 SK하이닉스의 HBM을 써먹을 것이고, SK하이닉스의 눈치를 보며 삼성전자 대신 TSMC 등 다른 파운드리를 알아봐야 할 것이다. 과연 삼성전자 주주의 입장에서 이걸 좋은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악재인 듯. 다만 이 합병의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인 SK텔레콤은 통신주가 아닌 AI주가 되겠다며 AI 투자를 꿋꿋이 이어가다 수익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 주목받아 목요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찍었다...는데 사실 내 생각엔 이건 솔직히 밸류업 버프가 더 큰 것 같다.
그래도 삼성 파운드리에서 딥엑스(DeepX)의 온디바이스AI향 NPU DX-M1의 양산이 시작된다는 소식도 있는데... 더 읽어봐야지. 잘 될거야. 희망회로 돌려야지.
전국민 25만원 지급법을 비판하며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제도를 저격하는 기사도 있다. 사실상 모든 지역이 일률화한 15%, 10% 등의 할인율로 판매하느라 동네마다 차별화한 뭔가가 전혀 없다는 점이 우선 비판받고, 소위 말하는 낙전수입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도 걸린다. 그리고 이건 다 국비지원으로 이뤄진다. 자생능력 없이 국비라는 마약에 중독된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제도를 겸연쩍게 여기던 지점을 잘 지적해준 기사라고 생각한다.
AI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기대를 부추기려는건지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에듀플러스위크 미래교육박람회'에서의 미래엔 디지털 교과서 학습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 집필진들이 수학은 단순히 계산 기술을 가르치는 학문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문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교과서 디지털화가 아니라 문제를 틀려도 새로운 지식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줘야 한다며 AI 스마트북 활용에 대해 강연했다는데, 아이패드를 쓰는 앱들이 많아서 갤럭시를 쓰는 학교에서는 활용도가 낮다는 점이 아쉽다는 촌평이 웃프다. 선생님들조차도 앱을 자유자재로 써먹질 못하는데 애들이 태블릿을 지급받으면 놀기밖에 더 하겠는가 의심스럽다. 나는 오히려 스스로 머리를 굴려 생각하는 훈련을 하려면 학생들이 AI와 디지털교과서와 이것저것들을 철저히 멀리하고 책을 통해서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그런 무시무시한 사고훈련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리가... 그래도 좀 적당히만 썼으면 좋겠다. 당장 학생들마다 가정에서의 디지털 인프라도 일정치 않은 것이 현실일진대 무슨 디지털 교과서여? 조손가정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스스로 스마트폰을 쓸 줄조차 모르고 집에다 인터넷을 깔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가난한 아이들에게도 고속 인터넷 환경과 온디바이스AI 기능을 갖춘 태블릿 및 스마트폰을 전부 지급할 수 있는가? 교사와 양육자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교육·양육환경이 이리도 불균등한데 이런 식으로 몰아붙여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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