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순이 용납하는 그 어떤 자유도 누릴 수 있는 수학. 그렇기에 무모순히 일관적이고 원리주의적인 연역논증의 학문인 수학.
완전한 연역논증은 아니지만 에드워드 위튼같이 물리물리한 양반들이 현대수학을 바탕으로 멋있는거 하는 이론물리랑 수리물리.
그치만 경제학에서 수학을 활용하는건 뭔가 수학이 아니라 산수를 잘하는 것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학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간세계의 무지몽매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통계적 추론, 모델링 등은 연역논증이라기보다는 귀납논증을 잘하는 방법이니까.
내가 경제에 대해 알아봤자 뭘 알겠냐마는, 여러 책에서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오스트리아학파의 루트비히 폰 미제스 같은 양반들은 경제학을 "논리학" 및 "수학"과 비슷한 뭐시기로 보는 외골수적인 시선을 견지했다는데, 이런 연구방법론이 오스트리아학파에서는 21세기가 되도록 달라지지를 않아서 수리경제학이라 일컬어지는 수학적 모델링의 배제, 그리고 그로 인한 비주류로의 전락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알고 있다.
나는 원래 오스트리아학파에 대해 비트코인을 공부하면서야 겨우 접했는데, 처음에는 경제학은 수학과 달리 인간의 정치적 사유나 사회적 뭐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 오스트리안들의 저런 원리주의는 미치광이들의 똥고집이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나는 그런 박한 평가가 틀린 말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앙은행을 철폐하고 시민혁명 이래 민주시민사회가 쌓아올린 거시기를 머시기해버리자고까지 주장하는걸 보면 경제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인들이 보기에는 미친새끼들이라고만 보이지 않겠냐고... (원래 대한민국 더불어민주당 같은 리버럴 정당보다 오른쪽에 있는 국민의힘 같은 보수정당에서도 주요 경제통 중엔 시카고언 못지 않게 케인지언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이들은 단지 정부가 할 일을 내팽겨치면 안된다는 총론과는 별개로 어떤 세금을 올리고 어떤 세금을 깎을지 각론을 갖고 반대 정당의 케인지언들과 영원히 끝나지 않을 키배를 벌일 뿐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윤석열이라는 아나코 캐피탈리스트가 집권한 후엔 저세상으로 가는 것 같지만 적어도 윤석열이 정계 진출 이전까지 제정신을 유지하던 보수정당들은 할 일은 하면서 나라를 꾸려나가는 족속들이었으니까.)
다만, 나는 논리학 서적에서 연역논증과 귀납논증의 양상에 대해 주워듣고서 약간은 오스트리안에 대한 안쓰러운 시선 또한 갖게 되었다. 오스트리아학파도 내가 과거 수학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교과서에서 실감하고 있는 수학 특유의 끊임없는 일반화, 추상화, 확대해석 등을 경제학의 영역에서 시도하는 조류로 여겨질 수 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에도 수리경제학이란게 있다면, 이는 모델링과 통계적, 수치적 최적화에 근거한 어쩌구저쩌구 모범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스트리아 경제학은 그 자체로 '철학'에 가까운 학문일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에서 아무 짝에도 쓸데없다며 천시받는 그 '철학' 말이다. 원래 여러 대학의 자연과학대학 및 공과대학 및 이공계열 전반에 걸쳐 가장 문사철스러운 학과가 수학과이지 않던가? 어쩌면 경제학에서는 오스트리아학파야말로 그런 위치의 학문일런지도 모르겠다.
오스트리아학파는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경제학파인 것 같다. 현실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일 수도 있는게 세상의 이치 아니겠는가. 나는 정치적 자아와 경제적 자아를 어느정도 분리해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적어도 분리해서 바라보고자 신경은 쓰는) 인간이기에 오스트리아학쟁이들의 목불인견급 정치관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더라도 오스트리아학파의 매체를 견뎌낼 수 있는데, 미제스연구소나 케이토연구소 같은 매체의 여러 글을 볼 때마다 수학 교과서 읽어나가는 느낌을 떠올리며 읽는다면 좀 더 따라 읽기 쉬워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여러부운~ 수학하세요 수학~ 수학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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