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의 {2,3,4,⋯}∋n자간 성행위는 성폭력이다.

성폭력이란, "행위자 간에 비대칭요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yes and only yes means yes만을 맹신하며 벌어지는 성적 사건"을 말한다. 적어도 반성폭력 페미니스트 운동권에서 주장하며 나 또한 전적으로 동의하는 "yes and only yes means yes"라는 구호에 기반하여 성폭력을 명확하게 잘 정의한다면,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의제강간 등 자신이 피해자에 비해 우월한 비대칭요소를 악용하여 피해자를 성착취함으로써 지탄받는 숱한 가해자들이 받는 비판을 고려한다면 필연적으로 이런 정의가 나온다.

 

상이한 행위자인 A와 B가 성행위를 벌이고파 하나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대등해야 한다.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서, 성격적,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계급적, 그 외 이런저런 면 중 단 한 측면에서라도 대칭성이 무너진다면, 성행위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향해 위력으로 협박하거나 쾌락을 미끼 삼아 자행되는 성적 충돌, 다시 말해 성폭력으로 전락한다.

 

인류의 집합은 정렬집합이다. 그리고 어느 두 사람 간에는 반드시 비대칭적임을 넘어 반대칭적인 순서관계가 존재한다. 다만 반대칭성이 성립해봤자 실질적으로 상이한 사람을 같게 만들 수는 없는데, 예를 들어 Α의 키가 160cm이고 B의 키가 180cm일 경우 키에 관계에 기반하여 A⪯B이나 A의 평점이 4.0/4.5이고 B의 평점이 3.0/4.5이니 B≼A이게끔 순서를 정의한다고 가장 세밀한 동치관계로서의 A=B가 보장될 수는 없지 않은가? ⪯와 ≼는 엄연히 다른 이항관계이지 않은가? 설령 쌍방의 키와 평점이 동일하다 해도 쌍방의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차이도 없이 똑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예를 들어, 번식가능한 쌍방이 임신을 목적으로 번식가능히 진행하는 성행위에서는 가임녀는 자신의 번식을 위해 다량의 정자를 포함하고 있는 가임남의 정액을 짜내어 자신의 질 속에 집어넣고자 가임남을 성폭행하고, 가임남은 자신의 번식을 위해 가임녀의 자궁과 난자를 착취하고자 가임녀를 성폭행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어느 한 쪽도 상대방 없이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취하지 못하기에 상대방에겐 있지만 자신에겐 없는 뭔가를 상대방으로부터 착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번식 뿐만 아니라 쾌락이나 탐욕이나 여러 이루 말할 수 없는 요소를 위해 사람이 성행위에 자의로 혹은 타의로 끌려들어갈 때에도 어느 한 행위자에게서는 반드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양상이다. 그러므로, 임의의 2인간 섹스는 성폭력이며, 더 나아가 수학적 귀납법에 의해 임의의 {2,3,4,⋯}∋n자간 성행위도 성폭력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다른 인간을 착취하며 살아가는 동물이며, 성적 탐욕이 근본적으로 뇌에서 호르몬 변화에 의해 생기는 것임을 생각하면 이는 약물 중독으로 인한 증상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그 점에서 다자간 성행위는 반드시 사랑의 마약에 취한 누군가가 사랑의 마약에 취해있는 다른 누군가를 착취하는 행위로 바라봐도 무방하다. 그러므로 나는 임의의 {2,3,4,⋯}∋n자간 성행위는 성폭력이라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단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일방적으로 성폭행하느냐, 혹은 쌍방이 서로를 성폭행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허나, 세상 어느 누가 쌍방이 서로를 동시에 성폭행한다는 이유로 성폭행을 긍정적인 사회현상으로 여긴단 말인가?

 

그러나 대개의 인간들은 다른 누군가를 성폭행하고파 혈안이 되어 있다. 당위성과는 별개로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에 이런 인간들에게 마냥 성폭행을 하지 말라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므로, 일단은 성폭력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자력일상회복가능히 당하는 성폭력이냐, 아니면 자력일상회복불능히 당하는 성폭력이냐로 구분하고 우선순위를 달리 해야 하지 않겠는가? 허나 번식가능히 이뤄지는 성폭력의 경우 가임녀에 의한 가임남 성폭행에서는 대개 가임남의 일상은 쉬이 회복되나 가임남에 의한 가임녀 성폭행은 대개 임신의 공포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일생일대의 쇼크를 초래하게 된다. 이 무슨 개 같은 경우인가? 그러므로 번식가능히 이뤄지는 성폭력은 사회안전을 위하여 필히 근절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력일상회복불능히 이뤄지는 성폭력을 일체 근절해야 한다. 이 사회에서 성폭력을 100% 근절치 못하고 성폭력범을 100% 구제치 못한다면, 이러한 자력일상회복불능히 자행되는 성폭력부터 근절해나가는 것이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최소한의 성윤리라 하겠다.

 

...야 잠깐, 그렇다면 n=1일 경우에는 왜 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느냐? n=1일 경우의 성행위를 성폭력이라고 가정한다면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어떤 비대칭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는 말인데, A⪯A이면서 A⪲A이면 이상하잖아?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일한 성폭력이 존재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1인 간의 성행위는 성폭력일 수 없다.